"생애 첫 왕따"
첫 직장도 알아주는 회사였지만
두 번째 직장은 우리나라에서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대기업에 입사했다.
원래 이직할 땐
전보단 나은 곳으로
한 단계 높여 가는 맛이
조금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최종 합격 발표가 있던 날
우리 가족 모두가 합격 소식을 받고
환호를 질렀더랬다.
우리 아빠는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감정표현 잘 안 하는
우리 엄마도 이모들한테
다 연락을 돌릴 정도로
찌질이에서 바라만 봐도 예쁜 새끼가 되었다.
첫 시작은 좋았다.
경력도 있었고 동기들도 너무 좋았고
(동기들 중 몇 명은 아직도 연락하며 지낸다.)
팀 배정도 잘 받았고
기숙사 룸메이트도 나랑 나이가
무려 11살 차이가 났지만
우리는 정말 찰떡궁합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룸메였던 동생은 너무 보고 싶다.
그. 런. 데
Case by Case에 내가 걸렸다.
사수와 너무 맞지 않았다.
(잘못 걸렸다고는 표현하지 않겠다.)
사수뿐이겠는가
조원 전체가 받아주질 않더라
나는 동기들에 비해 나이도 있고
딱히 사람에 얽매이는 사람도 아니다.
(그만큼 사람을 겪을 만큼 겪었다는 소리)
그 사람들이 내 인생 살아주는 것도 아니고
사실 그전부터
사람에 너무 치여서 질려있던 터라
입사해서 조용히 회사만 다니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 입사 때부터
몇 명 제외 하고는
딱히 동기들과도 크게 어울리지 않았다.
.
.
나는 알고 있었다.
여자 많은 회사에선
항상 말도 많다는 걸
그래도 조원들과 어울리는 건
사회생활의 기본이니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 했다.
내. 가. 할. 수. 있. 는. 최. 선. 을. 다. 했. 다.
.
.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조에는 나 포함 총 8명이었는데
나 제외하고도 어울리지 못하는
이제 겨우 갓 20살이 된 동생이 하나 더 있었다.
그 동생과 나는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멘탈이 강한편이나
동생은 사회생활도 처음이고
이런 경험도 처음이라
많이 지쳐 보였다.
나는 3명이서 일했지만
동생은 5명이서 일을 했다.
내 입사 전부터
막내가 따돌림을 당하며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더라
그러던 어느 날
식사 시간에 나눠서 밥을 먹으러 나왔는데
(나는 그녀들에게 말을 걸다 걸다 못해 지쳐서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고 그녀들에게 투명인간이 된 지 오래였다.)
휴게실에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언니들이
고작 20살짜리 하나를
상상도 못 할 온갖 욕들을 섞어가며 까대는 게 아니겠는가
원래 남일에 관심 없고
특히 회사에서 여자들 모여 떠드는 얘기에는
더더욱 관심 없어 평소에는 그녀들이
무슨 말을 하던 내 할 일 하고 일어났지만
그날은 달랐다.
이 여자들 정말 수준 이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랑 잘 지내는 동생 욕을 한다고
편을 들어주는 게 아니다.
잘못한 게 있으니 욕을 먹는 거겠지
.
.
전 글에서 보면 알겠지만
나도 조장 출신이고
정말 수많은 사람들을 교육해봤고
그중 만든 사람도 있고 떠나보낸 사람도 있다.
그녀들은 회사생활을
오래 했어도 교육이 처음이었다.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도 없고 설명하고 싶지도 않다.
대부분 회사에서 겪는다는
사내 갑질 , 사내 왕따
입사하기 전부터 워낙
텃세로 유명하다고 들었던 터라
각오는 되어 있었지만
상상초월 이더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에서 이런 게 아직도 개선이 안됐다는 게
놀라울 정도로
어디까지나 업무 지적을 하는 거지
내 인격모독을 하는 건 아니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격모독은 기본이더라
내가 수준 이하라고 표현하는 건
회사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시장에서
이름을 날리는 기업인데
그 안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90년대에 멈춰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깨어있지 못한 사람들
무리를 지어
한 명 혹은 두 명을
집단적으로 따돌림하고 욕하고
모욕하는 행동을 지금 이 시대에 하고 있는 게 맞다 생각하는가?
잘못했을때
그 순간에 혼냈으면 된 거다.
당사자한테는 얼마나 모진 말을
쏟아붓는지 말 하나하나가 가슴에 상처다.
하지만 그건 명백히
잘못한 거니 받아 들여야 한다.
배우고 있는 입장에선 그렇게 해서라도
일을 제대로 배워야 하니깐
.
.
거기서 끝내야 한다.
실수했다는 걸 본인도 인지했고
충분히 반성했을 거고
안 그래도 주눅이 들었을 거다.
그 후에
휴게실에서 오고 간
그녀들의 대화가 너무 충격적이었다.
이런 일이 대해
누구도 잘못한 사람은 없다.
그녀들도 그 안에서
보고 배운 게 그거뿐이니
세상 보는 눈이 그거밖에 안 되는 거겠지
그녀들의 잘못이 아니다.
또 당하는 사람들도
맷집 좀 기르면 된다.
그래도 못 견디겠으면 물러나면 되는 거고
견딜 수 있으면 견디는 거고
하지만
사내 문화는 충분히 바꿀 수 있다.
다들 그렇게 한다고 나도 그렇게 안 하면
내가 따돌림당할까 두렵다면 그냥 그렇게 살아라
나부터 바꾸면
충분히 바꿀 수 있다.
(이건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말하는 거다.)
내가 이런 얘기를 당당히 할 수 있는 건
난 바꾼 경험이 있다.
내가 시작했다고
아무도 나한테 손가락질하지 않았다.
또 한 가지
사람들한테 아무것도 바라지 말아라
특히 텃세 심한 회사에서
누군가한테 무엇을 바라게 된다면
좌절로 가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이
인정할 정도로 인내심이 꽤 강한 편이다.
눈치는 또 쓸데없이 빠르다.
나 또한 모진 말
수없이 들었고 그 정도 모욕은
일도 아니었다.
반도체 경력 11년 차다
맷집 충분히 있다.
약 5개월을 있었지만
내 발전이 보이지 않았다.
나를 꽁꽁 묶어둔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차라리 내가 힘든 만큼
업무적으로 내가 발전했다면 난 남았다.
난 돌대가리가 아니다.
발전하지 않았다고 난 자책하지 않는다.
그 회사를 나왔다고 다른 일은 못할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나 자신을 깎아내리는 생각은 더더욱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 사수의 탓도 하지 않는다.
둘의 합이 안 맞았던 것뿐이다.
글을 읽으며 오해 없길 바란다.
이직을 한다 해도
어딜 가나 나와 안 맞는 사람은 있다.
다만 정말 능력 있고 일 잘하고
배울게 많은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나한테 무슨 욕을 해도
난 버텼다.
엄마 아빠가 그토록 좋아했던
대기업 아닌가
그렇지만 나의 발전이 없다면
그 회사는 더 이상 나에게는 대기업이 아니다.
배울 점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경영진의 마인드는
감탄할 정도로 깨어있었지만
안에 근무하고 있는 내가 보고 나온 사람들의 마인드는
그냥 루저(loser) 같더라
세상은 넓고
진정한 워라벨을 실천할 수 있는 회사는 많다.
난 나의 발전을 위해
내 손으로 사원증을 던져버리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내 생애 두 번째 직장을 5개월 만에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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