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누가 당신을 사랑하겠어요."
우리 집 자랑거리였던 나는
그렇게 짐을 싸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당연히 집은 쑥대밭이 되었고
엄마는 한껏 날 선 말들로 나를 죽이기 시작했다.
니가 뭐가 그렇게 잘났어
니가 스펙이 있어 뭐가 있어
전 회사에 있을 때나 큰소리치고 살았지
거기서도 니 멋대로 고집부리고 하면
누가 널 받아주니
니 그릇이 그거 밖에 안되는 거야
그딴 식으로 살 거면
어디 동네 공장에 들어가서
평생 처박혀서 나오지도 말어
이 소리를 보름 정도 듣고 지낸 것 같다.
아빠는
이제 나이도 31살 중반이고
시집도 가야 하는데
직장도 없는 너를 요즘 세상에
누가 데려간다고....
정말 큰일이다 큰일
.
.
그렇다
나는 또다시 한순간에
찌질이가 되었다.
부모님은 내 성격을 잘 알기에
내가 아무리 설명을 드려도
그녀들의 괴롭힘에 못 이겨
그녀들과 푸닥거리 한바탕 하고 나온 줄 아신다.
아니라고요
제가 있을 곳이 아니라
판단되어 조용히 사직서 쓰고 나왔다고요
TO 사랑하는 부모님
대기업 좀 박차고 나왔다고
자식의 자존감을 이렇게 깎아내리기 있어요?
처음에 엄빠한테는
미안하니깐 엄빠 앞에서는
눈치 보는 척하고
속으로는 오예 지옥 탈출
너무 조아 너무 조아하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폴킴오빠 죄송해요 저 오빠 정말 찐 팬 ㅋㅋㅋㅋㅋㅋㅋ
너무조아 너무조아 표현 할 수 있는 사진은 이거 이길만한게 없더라구요 사랑해요)
평소에 자신감 빼면 시체라
어디 가서 기 잘 안 죽는데
저런 말들을 계속 듣다 보니
기가 죽긴 죽더라
집 앞 슈퍼를 가도
집 앞 카페를 가도
강아지 산책을 시키러 나가도
전에 백수 생활했을 때는
파워 당당 이었는데
이제는 이 나이에 이 시간에
이러고 있는다는 게
남들이 보기에 다 내가 취업을 못해서
이러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
사람들 눈을 못 보겠더라
(정작 사람들은 소름 끼칠 만큼 나한테 관심 1도 없을 텐데ㅋㅋㅋ)
또 코로나 때문인지
전 백수 생활과 후 백수 생활은
달라도 너무 달라진 것 같다.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자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았다.
여긴 어디? , 나는 누구?
두 번째 회사 퇴직 후
집으로 돌아온 날
엄마한테 당당하게
이번 달 안으로 다시 직장을 구하겠다고 하자
요즘에 퍽이나
너를 받아주는 곳이 있겠다.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더 취업하기 힘들다는데
이 화상아!!!
.
.
말은 그럴싸하게
당당하게 던졌지만
불안했다
어디 기댈 곳이 필요했다.
무언가가 너무 간절하게 필요했다.
나만 이런 게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만
정말 나만 이런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평소에도 책 욕심이 있지만
미친 듯이 책을 보기 시작했다.
(내가 구입 한 책 리스트들)
리스트만 봐도 얼마나
쭈그러 들었었는지 알 수 있다
평소에는 추리소설이나 읽고 있었을 건데
이게 뭐람 ㅋㅋㅋㅋㅋㅋㅋ
읽는 동안 한 구절 한 구절이
얼마나 가슴에 와 닿던지
전부 다 내 얘기 같더라
그렇게 집에 온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마치 1년을 놀고 있는 것처럼 지내고 있다.
다행히 가고 싶은 회사는 찾았고
면접까지 봤다.
합격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합격 시켜 주세욥>_<)
푸핳
잠깐 풀 죽어 있었지만
자신감도 찾았고
(심각할 정도로 근자감 폭발이라 조금 죽일 필요도 있어 보이긴 함)
원래의 내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요즘 많이 드는 생각인데
나 정말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더라
모두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가족관계 , 인간관계 , 일 , 연애
나를 보여줘야 하는 것에서는
전부 오기로 버텨낸 것이 아닐까
손에 아무것도 쥔 게 없는 요즘
원래도 웃음이 많지만
나 너무 많이 웃는다.
웃는 것에 의미가 달라진 것 같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친구가 보내는 사진 한 장만 봐도
키우는 강아지의 표정만 봐도
친구와 한강에 앉아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만 있어도
친한 언니와 소소한 대화 하나하나
내 인생 곳곳에
즐거운 일이 너무나 많다.
사실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 나를 사랑한다는 게 어떤 건지 잘 몰랐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을 가는 거?
취미생활을 하는 거?
친구들을 만나 수다 떨며 스트레스 푸는 거?
내가 행복하다 느끼면
그게 나를 사랑하는 것에 전부인 줄 알았으나
.
.
나 이제야 나를 사랑하는 게 뭔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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