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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직장생활이야기

나를 사랑한다.

by vivienloves 2020. 6. 8.

 

"당신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누가 당신을 사랑하겠어요."

 


 

우리 집 자랑거리였던 나는

그렇게 짐을 싸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당연히 집은 쑥대밭이 되었고

엄마는 한껏 날 선 말들로 나를 죽이기 시작했다.


니가 뭐가 그렇게 잘났어

니가 스펙이 있어 뭐가 있어

전 회사에 있을 때나 큰소리치고 살았지

거기서도 니 멋대로 고집부리고 하면

누가 널 받아주니


니 그릇이 그거 밖에 안되는 거야

그딴 식으로 살 거면

어디 동네 공장에 들어가서

평생 처박혀서 나오지도 말어


이 소리를 보름 정도 듣고 지낸 것 같다.


아빠는 

이제 나이도 31살 중반이고

시집도 가야 하는데

직장도 없는 너를 요즘 세상에

누가 데려간다고....

정말 큰일이다 큰일

.

.

그렇다  

나는 또다시 한순간에

찌질이가 되었다.


부모님은 내 성격을 잘 알기에

내가 아무리 설명을 드려도

그녀들의 괴롭힘에 못 이겨

그녀들과 푸닥거리 한바탕 하고 나온 줄 아신다.



아니라고요

제가 있을 곳이 아니라

판단되어 조용히 사직서 쓰고 나왔다고요



TO 사랑하는 부모님

대기업 좀 박차고 나왔다고

자식의 자존감을 이렇게 깎아내리기 있어요?


처음에 엄빠한테는

미안하니깐 엄빠 앞에서는

눈치 보는 척하고

속으로는 오예 지옥 탈출

너무 조아 너무 조아하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폴킴오빠 죄송해요 저 오빠 정말 찐 팬 ㅋㅋㅋㅋㅋㅋㅋ

너무조아 너무조아 표현 할 수 있는 사진은 이거 이길만한게 없더라구요 사랑해요)


평소에 자신감 빼면 시체라

어디 가서 기 잘 안 죽는데


저런 말들을 계속 듣다 보니

기가 죽긴 죽더라


집 앞 슈퍼를 가도

집 앞 카페를 가도

강아지 산책을 시키러 나가도


전에 백수 생활했을 때는

파워 당당 이었는데

이제는 이 나이에 이 시간에

이러고 있는다는 게


남들이 보기에 다 내가 취업을 못해서

이러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

사람들 눈을 못 보겠더라

(정작 사람들은 소름 끼칠 만큼 나한테 관심 1도 없을 텐데ㅋㅋㅋ)


또 코로나 때문인지

전 백수 생활과 후 백수 생활은

달라도 너무 달라진 것 같다.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자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았다.

여긴 어디? , 나는 누구?


두 번째 회사 퇴직 후

집으로 돌아온 날  

엄마한테 당당하게

이번 달 안으로 다시 직장을 구하겠다고 하자


요즘에 퍽이나

너를 받아주는 곳이 있겠다.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더 취업하기 힘들다는데

이 화상아!!!


.

.


말은 그럴싸하게

당당하게 던졌지만

불안했다

어디 기댈 곳이 필요했다.

무언가가 너무 간절하게 필요했다.

 

 


나만 이런 게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만

정말 나만 이런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평소에도 책 욕심이 있지만

미친 듯이 책을 보기 시작했다.

 

 

(내가 구입 한 책 리스트들)


리스트만 봐도 얼마나

쭈그러 들었었는지 알 수 있다

평소에는 추리소설이나 읽고 있었을 건데

이게 뭐람 ㅋㅋㅋㅋㅋㅋㅋ


읽는 동안 한 구절 한 구절이

얼마나 가슴에 와 닿던지

전부 다 내 얘기 같더라


그렇게 집에 온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마치 1년을 놀고 있는 것처럼 지내고 있다.


다행히 가고 싶은 회사는 찾았고

면접까지 봤다.

합격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합격 시켜 주세욥>_<)


푸핳


잠깐 풀 죽어 있었지만

자신감도 찾았고

(심각할 정도로 근자감 폭발이라 조금 죽일 필요도 있어 보이긴 함)


원래의 내 모습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요즘 많이 드는 생각인데

나 정말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더라


모두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가족관계 , 인간관계 , 일 , 연애

나를 보여줘야 하는 것에서는

전부 오기로 버텨낸 것이 아닐까


손에 아무것도 쥔 게 없는 요즘

원래도 웃음이 많지만

나 너무 많이 웃는다.


 웃는 것에 의미가 달라진 것 같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친구가 보내는 사진 한 장만 봐도

키우는 강아지의 표정만 봐도

친구와 한강에 앉아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만 있어도

친한 언니와 소소한 대화 하나하나


내 인생 곳곳에

즐거운 일이 너무나 많다.


사실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 나를 사랑한다는 게 어떤 건지 잘 몰랐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을 가는 거?

취미생활을 하는 거?

친구들을 만나 수다 떨며 스트레스 푸는 거?


내가 행복하다 느끼면

그게 나를 사랑하는 것에 전부인 줄 알았으나

.

.



나 이제야 나를 사랑하는 게 뭔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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